[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정부가 2026년도 총지출 728조원 예산안을 확정하며 인공지능(AI) 전용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AI는 선택이 아니라 인프라”라는 선언과 함께 산업·행정·복지·교육 전 부문을 관통하는 지능화 사업이 시작된다.
정부 재정이 길을 닦고 민간과 글로벌 자본이 그 위를 달리는 ‘마중물’ 모델을 예산에 처음으로 반영했다는 점은 정책 체계의 변곡점으로 읽힌다.
이번 AI 예산 구조는 도입 2.6조와 인프라·인재 7.5조로 나뉜다. 도입 분야는 공공 민원·재정·안전업무에 생성형·예측형 시스템 효율을 올리고 보건·복지에서는 진단보조·돌봄AI·응급예측을 확산한다. 산업 쪽은 중소·중견을 겨냥한 AI 전환 바우처와 현장 맞춤형 고도화가 핵심이다.
인프라·인재 예산은 GPU·스토리지·전력·냉각을 묶은 국가 AI 컴퓨팅 허브, 학습 가능한 형태로 표준화한 데이터 레이크, 석·박사 및 재직자 재교육에 투입된다. 즉 인프라와 인재에 더 큰 비중이 실린 모습이다.
정부는 이 기반을 10년 투자 대상으로 본다. 2026년은 미래 행정·산업 운영체제의 ‘상시 지능화’를 위한 원년이 되는 셈이다.
또한, 이번 편성은 꺼져가던 R&D를 복원하고 AI를 과학기술·산업정책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기초·응용·사업화의 구조를 한 번에 묶되, 실패 가능성이 높은 탐색형 연구는 보호막을 씌우는 조치이기도 하다.
민간과 글로벌 자본의 참여는 파급력을 키우는 동력이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증설은 정부 혼자 추진하기 어려운 규모와 속도를 요구한다. 국내외 클라우드 사업자의 대규모 투자계획과 GPU 공급사의 한국 배치 확대는 정부 예산을 지렛대 삼아 더 큰 생태계를 열 것이다.
다만 이 결합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행정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전력과 변전 설비, 냉각, 데이터센터 부지, 국산·외산 장비의 상호인증 절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조달·인허가의 패스트트랙이 시급한 이유다.
위험 요인도 분명하다. 거대한 AI 사업일수록 예산 이월·불용·중복투자 가능성이 높아진다. 데이터 편향과 개인정보 침해는 기술·법·윤리에 늘 잠재한다. 전력 수급과 부품 공급망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따라서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은 분기별 집행률과 KPI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모델 성능뿐 아니라 비용과 안전성, 실제 업무 효과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공공데이터 품질지수를 정례화해 결측·중복을 관리하고 GPU·전력 인프라에는 표준 규격과 안전 기준을 선 적용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실패와 수정 과정을 기록하는 거버넌스가 자리 잡을 때 국민은 성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신뢰를 갖게 된다.
이번 결정은 한국 인프라 역사의 계보에 큰 획을 그었다.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의 혈관을 열었고 초고속 인터넷이 정보화의 신경을 연결했다면, AI는 국가 운영체제의 두뇌가 된다.
두뇌가 제 역할을 하려면 혈관과 신경이 건강해야 한다. 전력·통신·반도체 공급망이라는 하부 체력과 데이터·인재라는 상위 체력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두뇌는 사고하고 학습한다.
2026년의 10.1조는 그 균형을 설계하는 첫 도면이다. 정부가 기반을 선행하고 민간이 혁신과 상업화를 가속하는 구동이 맞물리면 공장과 학교, 병원, 법정, 금융,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우리 하루는 그 리듬이 아예 달라질 것이다.
단순히 ‘더 빨라지는 나라’가 아니라 ‘더 정확하고 신뢰 가능한 나라’로의 전환, 그것이 AI 인프라 투자의 진짜 목적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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