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채무 탕감 '도덕적 해이' 논란 넘어야…'재기 발판' 마련에 방점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빚을 내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과 "이대로 가다간 국가 재정이 파탄 난다"는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민생 구제'라는 명분을 얻었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뼈아픈 실리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번 추경 재원의 핵심은 19조8000억원에 달하는 적자 국채 발행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가 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3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에 육박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50%를 목전에 두게 됐다. 예결신문은 이번 추경이 가져올 재정적 파장과 한국 경제의 미래 시나리오를 심층 분석했다.
■ 7년 만에 2배 뛴 나랏빚…재정 건전성 '경고등'
불과 7년 전인 2016년 한국의 국가 채무는 660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추경으로 나랏빚은 두 배 가까이 불어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가파른 부채 증가 속도가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입장에서 재정 건전성은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시각은 다르다. OECD 주요국의 평균 부채 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재정은 여전히 '우등생'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면, 그 빚은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의 장부로 넘어간다"며 "국가가 빚을 져서 국민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 존재의 이유"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지금의 부채 증가는 미래의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논리다.
■ 5조 채무 탕감⸱⸱⸱'도덕적 해이' 논란의 이면
이번 추경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5조원이 투입되는 소액 채무 탕감 프로그램이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무자 113만명의 빚을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이 정책을 두고 성실 상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우려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들 연체 기간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겹친다. 당시 정부의 강제적인 영업시간 제한과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불가항력적인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 대다수다.
당시 해외 선진국들이 직접적인 재정 지원(보조금)을 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금융 지원(대출) 위주로 대응해 자영업자들을 '빚의 굴레'로 몰아넣었다. 따라서 이번 탕감 조치는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국가 방역에 협조하다 파산 위기에 몰린 국민에 대한 '뒤늦은 보상' 성격이 강하다는 반론에 힘이 실린다.
■ '골든크로스'인가 '스태그플레이션'인가
그렇다면 이번 30조원 추경은 한국 경제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번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0.2%p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소비 쿠폰이 내수를 자극하고 반도체 등 수출 경기가 회복된다면 하반기에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상승하는 '골든크로스'를 기대할 수 있다. 3분기 성장률이 0.7%까지 반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위험 요인은 여전하다. 풀린 돈이 실질적인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물가만 자극할 경우,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경제의 침체 또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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