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장부상 남은 돈 4000억원 넘는데 실제 가계부는 적자"
수원시의 2024회계연도 결산서를 받아든 시민들이 가장 의아해할 대목이다. 시는 표면적으로 4466억원이라는 막대한 결산상 잉여금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해 다 쓰지 못해 넘어온 돈(이월금)과 국·도비 보조금 잔액 등이 포함된 수치일 뿐, 작년 한 해 시가 얼마나 벌어서 얼마나 썼는지를 보여주는 진짜 성적표는 아니다.
28일 본지가 수원시 '2024회계연도 결산 기준 재정공시'와 '결산서 첨부서류'를 분석한 결과, 겉보기 흑자 뒤에 숨겨진 시 재정의 구조적 적자와 기초 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체 수입은 줄어드는데 고정적인 지출은 늘면서 시의 재정 자립 기반이 급격히 흔들린 모습이다.
■ 통합재정수지 1386억 '적자'…2년 연속 마이너스
시 재정의 '진짜 실력'을 보려면 '통합재정수지(순세계잉여금 제외)'를 봐야 한다. 이는 당해 연도의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모두 합친 순수 수입에서 순수 지출을 뺀 수치다. 분석 결과 작년 시의 통합재정수지는 138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1875억원 적자에 이어 2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다.
이는 시가 작년 한 해 거둬들인 돈보다 쓴 돈이 1386억원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과 2021년에 흑자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재정 수지가 급격히 악화됐다. 시는 그동안 쌓아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비상금을 헐어서 이 구멍을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고착화된다는 것은 시가 벌어들이는 능력 이상으로 지출 구조가 방만하거나, 세입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생겼다는 신호"라며 "단순히 잉여금이 남았다고 안도할 상황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시급한 비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재정자립도 38%·자주도 49%…"시 돈 절반은 '꼬리표' 예산"
시가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재정 지표들도 일제히 하락세다. 작년 결산 기준 시의 재정자립도는 38.17%로 나타났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45.10%)과 비교하면 6.93%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물론 유사 지방자치단체 평균(33.63%)보다는 다소 높지만, '경기도 수부도시'라는 위상을 감안하면 하락 속도가 뼈아프다.
더 큰 문제는 재정 운용의 자율성을 나타내는 '재정자주도'가 50% 선 아래로 무너졌다(49.02%)는 점이다. 재정자주도는 전체 세입 중에서 지자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돈의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가 49%라는 것은 수원시 예산의 절반 이상(51%)이 국비나 도비 보조금처럼 사용처가 이미 정해져 있는 '꼬리표 예산'이라는 의미다.
결국 시장이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사업이나 긴급 현안 사업에 투입할 실탄이 예산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1편에서 지적한 높은 사회복지비 비중(47.2%)과 맞물려 시 재정을 '식물 재정'으로 만들 우려를 낳고 있다.
■ 걷지 못한 돈만 1302억…"징수 의지 있나?"
재정 여건이 이런데도 마땅히 거둬야 할 돈을 걷지 못하고 있는 징수 관리 실태도 문제다. 작년 결산 기준 시의 지방세 및 세외수입 체납액은 누적 총 1302억원에 달했다. 지방세 체납액이 871억원, 과태료 등 세외수입 체납액이 431억원이다.
이 체납 규모는 수원시와 인구 및 재정 규모가 비슷한 유사 지방자치단체들의 평균 체납액(914억원)보다 388억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특히 세외수입의 경우 징수율이 지방세보다 현저히 낮아 '내도 그만, 안 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이 중 매년 30~40% 정도를 징수해내고 있다. 아울러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한 가택 수색이나 번호판 영치 등 징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체납액을 줄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 빚은 줄었지만 '비상금'도 털었다…1인당 채무 17만원
긍정적인 지표는 주민 1인당 지방채무가 17만2000원으로 전년(23만1000원) 대비 감소했다는 점이다. 시가 고금리 상황을 고려해 지방채 발행을 억제하고 빚을 갚는 데 주력한 결과다. 하지만 재정 체력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빚을 갚고 부족한 세수를 메우느라 시의 '비상금'인 기금 규모는 축소됐다. 작년 말 기준 시가 보유한 기금 조성액은 7109억원으로 전년(7353억원)보다 244억원(3.3%) 줄었다. 특히 일반회계의 부족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잔액 감소가 두드러진다. 빚은 줄었지만 통장 잔고도 함께 줄어든 셈이다.
결론적으로 작년 시 결산은 '외화내빈'이다. 4조원에 육박하는 예산 규모와 4000억원대 잉여금이라는 겉모습 뒤에는 적자 살림과 추락하는 재정 자립도, 그리고 1300억원에 달하는 미징수 체납액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수원시가 특례시 위상에 걸맞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관행적인 예산 편성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체납액 일소 등 뼈를 깎는 세입 확충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간단 요약
• 결산상 4466억 잉여, 하지만 '통합재정수지'는 1386억 대규모 적자
• 재정자립도 38.17%, 재정자주도 50% 선 붕괴(49.02%)···국·도비 의존 구조 고착화
• 체납액이 1302억, 유사 지자체 평균보다 388억 많아···재정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
■ 출처
• 수원시 2024 결산서
• 2024회계연도 결산 기준 재정공시
• 결산서 첨부서류
예결신문 /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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