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효율성 '경고등'⸱⸱⸱"돈이 없는 게 아니라 못 쓴 게 문제"
분식회계⸱대기업 봐주기 논란도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부산시의 2024회계연도 결산 결과 총세입 17조911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도(17조234억원) 대비 8881억원(5.2%) 증가한 수치로, 외형적으로는 시 재정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결산상 잉여금이 1조원에 육박하는 9845억원이나 발생했다. 시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1조1400억원, 1조1600억원대의 잉여금을 기록한 바 있다.
더욱이 넉넉한 잉여금에도 불구하고 부채는 전년 대비 11% 이상 급증해 재정 건전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결신문이 부산시의 '2024회계연도 결산서'와 '재무제표', 그리고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시 재정의 현주소를 심층 진단했다.
■ 세입 17.9조 시대 열었지만⸱⸱⸱숫자는 숫자일 뿐
8일 부산시 2024년 결산서에 따르면 작년 시 재정 규모는 역대급이었다. 세입 결산액은 17조9115억원으로, 당초 예산현액(17조7408억원)보다 1707억원을 더 거둬들였다. 세출 결산액은 16조9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460억 원(6.6%)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세입과 세출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재정의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했다.
세입 재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 자체 수입인 지방세는 5조3268억원으로 전체 세입의 약 29.7%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전체 살림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어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는 1조6653억원, 국고보조금 등 보조금은 6조953억원으로 전체 세입의 약 42.5%를 차지하며 시 곳간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전년도 이월금과 잉여금 등이 포함된 보전수입 등 및 내부거래가 2조9469억원(16.5%)으로 집계돼 과거에 쓰지 못하고 넘어온 돈이 당해 연도 세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도 여전했다.
■ 멈춰선 돈 '1조원 잉여금'⸱⸱⸱'불용'과 '이월'의 늪
이번 결산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결산상 잉여금'이다. 세입에서 세출을 뺀 나머지 돈인 결산상 잉여금은 9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시 1년 예산의 약 5.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 시민을 위해 쓰이지 못하고 장부상에 남은 것이다.
물론 잉여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가 발견된다. 잉여금 중 다음 연도로 사업비가 넘어간 '이월액'이 4245억원에 달한다. 명시이월 2793억원, 사고이월 1253억원 등은 도로 개설, 공원 조성, 도시철도 건설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대형 투자 사업들이 보상 지연이나 행정 절차 미비, 공기 부족 등을 이유로 제때 진행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시민들은 교통 체증과 인프라 부족으로 고통받는데 정작 이를 해결할 예산은 행정 비효율에 멈춰선 셈이다. 더욱이 국고보조금 반납금 623억원과 이월액을 제외한 순수 잔액인 '순세계잉여금'은 4977억원을 기록했다. 순세계잉여금이 많다는 것은 애초에 세입 추계를 너무 보수적으로 해서 세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거뒀거나,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불용 처리한 사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지방재정의 핵심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가용 재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주민 복리를 증진하는 것"이라며 "5000억원에 달하는 순세계잉여금은 그만큼의 행정 서비스가 시민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사장되었음을 의미하는 '재정의 기회비용' 상실"이라고 지적한다.
■ 흑자 뒤에 숨겨진 '부채 급증'
통합재정수지 관점에서 보면 시는 표면적으로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총수입이 총지출보다 많아 잉여금이 남은 탓이다. 재무제표상 재정운영결과인 운영차액도 115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을 '건전 재정'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흑자의 상당 부분이 사업 미집행에 따른 불용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정 건전성의 적신호는 '부채'에서 감지된다. 작년 말 기준 시의 총부채는 5조4291억원으로, 전년(4조8647억원) 대비 5644억원(11.6%)이나 급증했다. 유동부채가 4613억원, 기타비유동부채가 868억원 각각 증가한 탓이다. 결국 시는 예산을 다 쓰지 못해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남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빚을 5000억원 넘게 늘리는 모순적인 재정 운용을 보여줬다.
잉여금을 채무 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애초에 빚을 내지 않고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효율적인 자금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총자산이 50조1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지만, 부채 증가 속도(11.6%)가 자산 증가 속도를 5배 가까이 앞질렀다 점은 향후 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분식회계' 논란도⸱⸱⸱총체적 난국
지난 6월 열린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시 재정 운용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회의록에 따르면 의원들은 세입 관리 부실과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원석 의원은 "하인즈 그룹 부지 매각 대금 중 1015억원이 미수납되었는데, 자산 180조원이나 되는 대기업이 돈을 안 내고 있는 것을 부산시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세외수입 징수 관리의 허점을 꼬집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체납 즉시 압류 통지를 보내면서 대기업의 1000억원대 미납에는 관대한 이중적인 행정 태도를 질타한 것이다.
특히 문영미 의원은 예산서 작성의 기본 원칙인 '예산총계주의' 위반을 지적했다. 문 의원은 지난 6월 제329회 제1차 예결특위에서 "국고보조금 사용잔액 616억원을 세입으로 잡아놓고, 정작 이를 중앙정부에 돌려줘야 할 반환금 예산(세출)은 편성하지 않았다"며 "이는 들어온 돈만 장부에 적고 나갈 돈은 숨겨서 마치 재정이 넉넉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분식 회계'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수익금은 쌈짓돈?"… 행사·축제 예산의 '깜깜이 정산'
김형철 위원은 시의 고질적인 병폐인 '행사·축제 보조금 정산' 실태를 고발했다. 김 위원은 "부산시가 지원한 보조금에 대해서만 정산을 받고, 실제 축제를 통해 벌어들인 입장료나 협찬금 등 수익금은 정산보고서에서 누락되거나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대표적인 축제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의 경우, 결산서상의 반납금액과 서면 질의 답변 금액이 수천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등 회계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은 "시민의 세금으로 축제를 열어 수익이 났으면 당연히 시 수입으로 잡거나 다음 축제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주관사가 쌈짓돈처럼 유용하거나 다음 연도로 이월해 쓰는 것은 심각한 회계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보조금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시의 전반적인 보조금 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 출처
• 2024회계연도 결산서 및 첨부서
• 시의회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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