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신세린 기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자동차 산업을 넘어 반도체의 핵심 전선을 흔들고 있다. 무역장벽 완화와 투자 합의 이후 한국 반도체는 ‘세율’의 불리함을 벗어나 이제는 ‘기술·투자·공급망’이라는 세 갈래 숙제 앞에 놓였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로 한국은 대만과 같은 수준의 파리티(관세 형평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문제는 단순한 관세가 아니라 ‘누가 기술의 중심을 선점하느냐’로 바뀌었다.
■ AI 슈퍼사이클의 심장 ‘한국 메모리’
지난달 31일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는 한국에 26만개의 ‘블랙웰(Blackwell)’ AI 칩을 공급하기로 발표했다. 로이터는 이날 “이는 엔비디아가 특정 국가에 단일 세대 칩을 대량 공급한 최대 규모로,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메모리–데이터센터’ 삼각 구조에서 한국이 핵심 축으로 편입됐음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의 모든 라인을 연말까지 풀가동하고 삼성전자는 HBM4 개발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글로벌 AI 반도체 업체들과 동시 협상에 나서며 AI 슈퍼사이클의 심장으로 부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 완화는 수출의 숨통을 틔운 조치였고, AI는 산업의 심장박동을 되살리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 미국 현지화와 2000억 달러 투자···기술동맹의 실체화
이번 관세 패키지의 ‘2000억 달러 현금투자’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 산업에 우선 배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3일) “한국의 대미 투자는 단순 금융지원이 아니라 현지 공정·R&D·패키징 시설을 직접 구축하기 위한 산업 자본투자”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내 공장 확충을 완료하거나 착수한 상태다. 삼성은 텍사스 테일러 공장(2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후공정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조달 체계를 완성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CHIPS 보조금 수령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 공급망 안정성과 정치적 리스크 완화라는 이중 효과가 생긴다.
다만 인건비와 규제 부담, ‘가드레일 조항’ 등 중국 사업 제한이 장기 리스크로 남는다. 즉, 기술동맹은 ‘순진한’ 동맹이 아닌 ‘비용을 동반한 구조적’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부산서 열린 GAMS, 글로벌 공급망의 시험대···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점
4일 부산에서 개최된 글로벌 반도체 회의(GAMS)는 이번 협상의 연장선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 한국 등 주요 반도체 강국들이 모여 세제·투자·공정·공급망 전략을 재조정하는 자리다.
현재 한국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전략적 핵심 국가다. 그만큼 이번 회의에서 업계의 핵심 쟁점인 ‘공급망 안정화’, ‘기술 협력’, ‘통상 이슈’ 등에 대한 이른바 ‘부산 선언’이 도출될지도 관심거리다.
이번 관세 협상은 단순히 관세율을 낮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이 ‘AI 반도체 패권’의 주류로 편입되는 계기로 평가된다. 대만의 TSMC, 일본의 라피더스, 미국의 인텔이 기술력으로 경쟁한다면 한국은 메모리–AI–패키징 융합력으로 판을 바꾸고 있다.
특히 HBM4와 AI 전용 패키징 기술을 앞세운 삼성·하이닉스의 행보는 ‘가격 경쟁력’에서 ‘기술 우위’로 중심축이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칩 공급, 미국의 투자인센티브, 글로벌 협력 회의가 맞물리며 ‘관세 이후 시대의 산업재편 시나리오’가 사실상 가동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의 향후 과제에 대해 ▲미국 내 생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동투자 펀드의 제도화 ▲AI 전환기에 필요한 고속연산·저전력 공정 기술 확보 ▲GAMS 이후의 다자공급망 협력을 통한 지속적 기술연계 강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 관세 이후의 첫 챕터를 쓰고 있다”며 “AI–기술–공급망이라는 새로운 세계 반도체 질서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 한미 관세 타결로 한국 반도체, 대만과의 형평성 확보⸱⸱⸱세부 관세율 미확정, 실무 협상이 관건
•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 대량 공급, 삼성·하이닉스의 HBM4·패키징 내재화가 성장의 핵심 축
• 미국 현지화(투자·CHIPS 보조금) + 부산 GAMS 통한 공급망 공조로 구조적 우위 강화
···가드레일·고비용·중국 변수는 상시 관리 과제
■출처
• Reuters(10.31) – “Nvidia to supply 260,000+ Blackwell AI chips to Korea”
• Reuters(10.30) – “South Korea releases details of trade deal with US”
• KIS Issuer Comment(2025.10.30) – 관세 합의 및 반도체 형평성 명시
• Bloomberg / Bloomberg Gov: 대중 제재 유예·의회발 수출통제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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