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415조 시대 진입⸱⸱⸱부채 비율보다 중요한 것은 '빚의 질'
소모성 예산 삭감, 성과 중심 재정 운용 필요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29일 정부가 총지출 728조원의 2026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 673조원에서 8.1% 늘어난 역대 최대다. '슈퍼예산'이라는 표현 만큼이나 한국 재정 규모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지역균형발전 등에 과감히 투자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드라이브지만, 동시에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부채 50% 돌파'라는 불안 심리가 반강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번 예산의 핵심은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전략적 투입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예산도 10조1000억원에 달한다. GPU 1만5000장 확보와 국가 AI 컴퓨팅 센터 건립 같은 인프라 구축이 중심이다. 이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직접 기술 패권 경쟁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재정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5년간 100조원 조성을 목표로 하는 국민성장펀드에서도 드러난다. 고용과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K-콘텐츠와 관광 산업에도 예산을 집중 배치했다. 국가 재정이 복지나 소모성 지출에 머물지 않고 경제 체질을 바꾸는 생산적 자본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판단이 녹아 있다.
다만 지출이 늘어난 만큼 나랏빚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가채무는 1415조원에 이르렀고, GDP 대비 채무 비율은 51.6%를 기록하게 됐다. 사상 처음으로 50% 선을 넘어서면서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반 강제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반대편에선 이를 '재난'이라며 호들갑이다. 반면 OECD 평균 부채 비율이 110%를 넘고 주요 선진국들이 100% 안팎의 부채를 지고 있다는 현실은 애써 외면한다. 한국의 50%대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물론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려면 채무 관리가 필수다. 문제는 부채의 비율이 아니라 늘어나는 속도와 그 성격이다. 부채를 통해 마련된 재원이 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으로만 사라지는지, 아니면 산업 경쟁력을 높여 미래의 세수를 늘리는 투자로 전환되는지를 엄격히 따져야 하는 이유다.
확장적 재정 운용이 성공하려면 지출 구조의 전면적인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첨단 기술 투자가 정치적 논리나 관성적인 예산 배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철저한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R&D 분야는 '스테이지 게이트(Stage-Gate)' 프로세스를 도입해 효율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728조원이 성장의 동력이 될지, 아니면 미래 세대에게 떠넘길 짐이 될지는 결국 집행의 정교함에 달린 셈이다.
국가채무 비율 50% 시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빚의 비율을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 재원을 어떻게 투입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GDP 총량을 증가시켜 부채비율을 자연스레 떨어뜨릴 것인지에 집중할 때다.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